어느 날이었다. 밤중에 불려나갔다. 뉴스에 나올 정도의 사건 당사자측으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압수수색까지 강도 높은 수사가 이루어져 회장님이 구속되었다. 조세포탈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이 주된 핵심이었다. 그런데 형사사건을 수임한 법무법인 변호사와 과세처분을 불복대리한 세무법인 세무사와 의견충돌이 있었다. 서로 상대방의 의견이 틀렸다고 하니 의뢰인 입장에선 난감할 뿐이었다. 대가를 줄테니 어느쪽 말이 맞는지 검토해달라면서 준비서면 등을 주었다. 사무실에 가져와 검토해보자 마자 양쪽 모두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의뢰인 입장에선 답답하겠구나!’
조세포탈로 인한 형사사건은 결국 세금에서 시작한 것이다. 따로 형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세법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세법을 잘 알아야 꼬인 매듭이 풀리는 계기가 주어진다. 그러나 변호사는 세법을 잘 모르고, 세무사는 형사를 잘 모르니 의뢰인 입장에선 과세처분 불복은 세무사에게 시키고, 조세형사사건은 변호사에게 의뢰를 하는 실정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실에서 발생한 사건임에도 불복하는 대리인들을 각각 별개로 선임하게 되면 비용도 배로 들어가고, 사건해결을 하는데도 그만큼 비효율적이다.
조세와 형사가 각기 분리되어 진행되는 모순된 실정을 답답히 여기다 보니 결국 조세형사법이라는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 생각은 몇 년 동안 가지고 있다가 실행에 옮긴지 1년이 넘었고, 본격적으로 저술을 한 것은 3개월 정도 된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지은 ‘조세형사법’이 이 분야의 유일한 책이지만 2005년에 발간한 책이다 보니 2010. 1. 1. 에 전면개정된 조세범처벌법을 다루기에는 부족하였다. 선례가 될 책이 없다보니 이 분야의 논문을 거의 다 본 것 같고, 대법원 판례는 하나라도 빠지지 않고 다 수록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아무쪼록 이 책이 조세형사분야를 개척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실무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조세형사는 조세범처벌법과 그에 대한 절차법을 의미한다. 조세형사를 잘 알기 위해서는 일단 세법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세법에는 국세기본법과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및 증여세에 대한 법이 있다. 그 중 특히 국세기본법이 중요하다. 조세법 전반에 걸쳐 흐르는 원리를 알아야만 조세에 대한 이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통상 세법하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및증여세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러한 세법을 다 섭렵하다 보면 결국 국세기본법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따라서 국세기본법은 조세형사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사건이 생길 때마다 해당 부분을 살펴보면 형사사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따라서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하기로 한다.
1. 국세기본법 및 그 외 세법 해설
2. 조세범처벌법 및 특가법 해설
3. 조세범처벌절차법 해설
4. 지방세기본법상 범칙행위 해설
조세범처벌법은 조문을 열거하면서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론 중심이 아니라 실무위주로 책을 만들고자 하기 때문에 조문별로 해설하는 것이 이해가 더 쉽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세범처벌법은 형사법이므로 형법총론이 적용된다. 따라서 범죄는 구성요건과 위법성, 책임, 죄수 부분으로 이루어지는데 여기서는 구성요건과 죄수에 대해서만 논하기로 한다. 구성요건의 경우 범죄의 주체, 고의, 실행의 착수, 기수시기가 문제되므로 조문을 해설함에 있어 위와 같은 순서대로 하기로 한다. 다만, 조세범의 경우 미수범이 없으므로 실행의 착수는 별 의미가 없어 이는 생략한다.
조세형사는 조세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해결의 실마리도 조세에서 찾아야 한다. 형사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세법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고 특히 국세기본법의 이해가 중요하다. 세법의 기본체계가 국세기본법에 모두 녹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 조세형사에 대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세기본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국세기본법에 대한 요약을 책 전반부에 할애하였다.
요즘 논문표절 문제가 예전과는 달리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형국이다. 글을 쓰면서도 무척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법학이라는 게 개념의 나열이 많다보니 정의가 똑같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조세형사법에 대해서 쓴 책들이 거의 없다 보니 기존의 논문들이나 안대희 저서를 참고할 수밖에 없었고, 상당 부분을 참조하게 되었다. 그러나 되도록 같이 따라 쓰려고 하지 않았고, 원문의 글이 각색하기 어려울 정도로 짜임새 있는 것은 그냥 인용표시를 달고 인용하였다. 각주에 인용표시를 다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기에 원저자가 보더라도 기분 상하지 않을 정도로 꼼꼼히 인용표시를 하려고 하였다. 그래도 실수가 있는 부분은 널리 혜량해주시길 바란다.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은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이 좀 거칠었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지속적인 개정을 통해 보완을 하고자 한다. 제1부 세법일반 부분은 필자가 2008년도에 출간한 국세기본법 일부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조세형사법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내용인 조세포탈죄를 논하기 위해서는 필연코 조세채무의 성립 등 국세기본법 일반에 대한 세법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세형사법은 조세실체법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조세실체법 중 가장 핵심인 내용이 모여 있는 곳이 국세기본법이니 당연히 국세기본법을 제1부로 하여 글을 썼다.
그러나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제2부였다. 판례를 중심으로 일단 골격을 잡았고, 그 후 논문 등으로 이론을 보충하는 식으로 집필하였다. 그러나 목차 체계는 기존의 논문이나 단행본과는 달리 필자가 실무를 하면서 터득한 방법으로 하였다.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으리라고 본다. 많은 지적과 건전한 비판을 통해 더욱 완성도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단원이 바뀌는 부분에다 쉬어가는 글을 적어넣었는데, 이는 저자의 저서인 ‘세금으로 보는 세상이야기’의 일부분을 발췌하였다.
2013년 4월 하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