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세파라치가 활개치는 경우가 없을 것이다. 사회 곳곳이 제보하는 사람들 투성이라고 한다. 포상금을 주다보니 포상금을 노려 제보만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국세청도 탈세제보포상금 뿐만 아니라 차명계좌신고포상금까지 주다 보니 제보가 밀물같이 들어온다고 한다. 조사업무가 제보한 자료 처리하는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제보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세무공무원에게 갑질도 한다고 한다. 왜 제보를 빨리처리하지 않느냐면서 너 같은 직급과 이야기할 게 아니라면서 서장 바꾸라고도 호통을 친다는 것이다. 평소 열심히 일하던 세무공무원도 그런 사람과 입씨름을 하고나면 직장에 대한 회의가 든다고 한다.
탈세제보포상금의 최대한도는 30억이고 차명계좌신고포상금은 5000만원이다. 한 사람이 20건도 제보한 사람도 있다. 이제는 사람이 무서운 세상이다. 제보한 사람의 대부분은 직원이나 가까운 사람이다. 예전에 어느 세무서장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도대체 제보를 누가 합니까?” 변호사에 대한 탈세제보를 사무장들이 하냐고 물어봤다. 그러나 의외의 대답이었다. “의뢰인들이 더 많아요.”
사장과 감정의 골로 직장을 나가면 그 직원은 탈세제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 경리자료를 복사해서 그대로 국세청에 제보를 해버린다. 한마디로 ‘사장 죽어봐라’이다. 사장도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어느 사업자가 말했다. “진짜 믿을만한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사업은 할 만 합니다.” 그만큼 믿을만한 사람 구하기도 어렵다.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한번 간첩은 영원한 간첩이듯이 개과천선이 어렵다. 그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거지가 거지를 해코지 하듯이 거악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만만한 사람들만 건드린다. 이게 형평성의 문제다. 거악은 함부로 건드리지도 못하고 서민들끼리만 치고 받고 싸운다. 그러니 경제적 강자와 약자가 구별이 심화되고 소수가 다수를 아쉽게 하는 사회가 되어간다. 세무조사가 그런 불공평을 시정해야 하는 역활을 해줘야 하는데 거악을 척결하기에는 시간과 인원이 역부족이다.
변호사 업무를 하다보면 상담하러 온 사람이 자기 사건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상담료를 주면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준다고 하면 그까짓 몇푼이다고 괜찮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예외없이 발급해준다. 그런 사람들이 제보꾼들이기 때문이다.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적은 돈을 아껴하지 말라고. 오히려 적은 돈일 수록 더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뒷탈이 없다. 착수금도 현금을 일부 섞어서 주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성공보수를 못 받을 위험이 있다. 계약서를 적어도 주지 않은 판에 현금받은 약점을 이용해 협박을 한다. 이런 경우을 아예 차단해버리는 게 마음이라도 편하게 지내는 비결이다.
돈을 버는 비결은 받을 돈은 확실히 받고 줄 돈은 안 주는 것이다. 세금이든 채무든 안 주면 버는 것이다. 치를 떨게끔 하는 부류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돈을 가지고 있는 행세를 하면서 회장으로 대접받고 싶어한다. 그들이 체면을 가리지 않고 안면몰수하는 이유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의 뇌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쾌감을 쫓다보면 섹스를 탐닉하게 되고 그것으로 만족이 안 되기 때문에 도박을 하게 된다. 도박을 하면 스릴이 있기 때문에 우울증의 특효약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박보다 더 쾌감이 있는 것은 마약이다. 그래서 마약을 한다. 그런데 마약은 조금이라도 혈관에 들어가면 신경계통이 파괴된다. 그래서 마약을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1그램이 2그램이 되고 그러다가 몸도 정신도 다 파괴된다. 중독되는 사람들의 뇌는 특별히 다르다. 남이 볼 땐 나쁜 짓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정작 당사자 본인은 일종의 쾌감이 있다. 그들의 뇌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개관천선이 안 되는 것이다. 뇌가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쁜 놈은 나쁜 놈이다.
국세청도 FIU 자료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두 가지 자료가 있다고 하는데 그 자료에는 은행창구 직원이 인출한 사람에게 물어보자 당황하였다는 식으로 진술되어 있다고도 하는데 단지 전해들은 이야기라서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엊그제 집사람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는데 500만원인데도 어디에다 사용하느냐고 은행직원이 물어봐서 황당했다고 한다. 세상이 투명한 것인지 아니면 모든 국민의 경제생활을 통제하겠다는 것인지. 그렇게 되면 돈을 돌리고 싶어도 불편해서 돌릴 마음이 없어질 것이다. 시중에 돈이 안 도는 이유일 수 있다.
국 가가 법의 이름으로 경제생활을 통제하는 게 가능할까? 세법대로 해야 하는 게 맞지만 경제현실은 경제적 약자는 경제적 강자의 의도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형식이나 명의는 약자의 명으로 하고 실질은 뒤에서 이익을 챙기고 리모콘을 돌리는 것은 강자이다. 세무조사나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여 명의만을 기준으로 세법이 적용되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강자나 거악을 건드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돈과 백 등 힘이 있다보니 공무원들도 그들을 일부러 피하려고 하는 심리가 있기 마련이다. 사건을 파헤치는 것 자체가 귀찮고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서는 대충하는 것이다 보니 확실하고 정확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충하고 마무리하는 것을 능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세상을 안다는 것이다. 어느 돈 자랑하는 양아치같은 사람이 한 말이다. 법조계를 빗대어 “저기는 내가 돈만 주면 내 말대로 해줄 놈들 많아.’ 전관예우가 그러기 때문에 문제되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봤자 일반인들 정서에는 법조계가 그만큼 신뢰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든 국세청이든 탈세제보로 넘쳐난다. 국세청 세무조사도 제보자료 확인에 바쁘다. 세무공무원도 힘든 세상이다.